본문 바로가기

의학

값싼 니켈 촉매와 탄화수소 이용, 간단하게 항생제 만드는 기술 개발

반응형

▲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의 모습. 왼쪽부터 서상원 전(前) IBS 차세대 연구리더(現 DGIST 화학물리학과 교수, 공동 교신저자), 장석복 연구단장(교신저자), 시앙류 선임연구원(제1저자)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를 원료로 페니실린 등 항생제를 합성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장석복 단장(KAIST 화학과 특훈교수) 연구팀은 경제적인 니켈 기반 촉매를 이용해 탄화수소로부터 항생제 원료물질인 ‘카이랄 베타-락탐’을 합성하는 화학반응을 개발했다.

* 락탐(Lactam): 락탐은 분자 내에 –CONH- 결합을 함유하는 고리 모양 질소화합물의 일종이다. 베타-락탐은 탄소 원자 4개가 이룬 4원환 구조의 락탐을 의미한다.

1928년 영국의 생물학자인 알렉산더 플레밍은 푸른곰팡이에서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이후 1945년 영국 화학자 도로시 호지킨이 베타-락탐으로 불리는 고리 화합물이 페니실린을 구성하는 주요 구조임을 밝혀냈다. 베타-락탐은 탄소 원자 3개와 질소 원자 1개로 이루어진 고리 구조(4원환 구조)로 페니실린 외에도 카바페넴, 세팔렉신과 같은 주요 항생제의 골격이기도 하다.

페니실린 구조 규명 덕분에 인류는 베타-락탐 계열의 항생제를 화학적으로 합성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베타-락탐 합성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베타-락탐은 카이랄성(거울상 이성질성)을 지닐 수 있는데, 구성하는 원소의 종류나 개수가 같아도 완전히 다른 성질을 내는 두 유형의 거울상 이성질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 카이랄성(Chirality): 분자식은 서로 같지만 서로 다른 물리‧화학‧광학적 성질을 갖는 특징. 왼손과 오른손처럼 서로를 거울에 비춰보면 같은 모양이지만, 아무리 회전시켜도 겹칠 수 없는 상태를 카이랄성 혹은 거울상 이성질성이라고 부른다. 한쪽 유형은 유용할지라도, 다른 유형의 이성질체는 독약이 될 수 있어 약물 합성에 있어 카이랄성 고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의 시판 베타-락탐 의약품은 유용성을 가진 유형만 선택적으로 제조하기 위해 합성과정에서 카이랄 보조제를 추가로 장착시킨다. 합성 단계가 복잡해지고, 제조 단가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보조제 제거를 위해 추가로 화학물질을 투입해야 해서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2019년 탄화수소로부터 합성 가능한 다이옥사졸론과 새로 개발한 촉매를 이용해 카이랄 감마-락탐을 합성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Nature Catalysis). 당시 5원환 구조인 감마-락탐은 카이랄 선택적으로 합성했지만, 4원환 구조의 베타-락탐을 합성하지는 못했다. 또, 이 반응을 위해서는 값비싼 이리듐 촉매를 써야 한다는 한계도 있었다.

* 다이옥사졸론(Dioxazolone): 아마이드 골격 합성을 위해 활용되는 시약으로, 전이금속 촉매와 반응하면 이산화탄소를 내놓으며 금속-나이트렌 중간체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타-락탐은 감마-락탐보다 더 쓰임이 많지만, 합성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더 제조가 까다롭다. 이번 연구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풍부하게 존재하는 니켈 촉매를 이용하여 제조가 까다로운 베타-락탐을 카이랄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시판 공정에서는 항생제 합성에 필요한 베타-락탐 원료를 8단계에 거쳐 합성했지만, 연구진이 제시한 촉매반응은 보조제 장착 및 제거 과정이 필요 없어 약 3단계 정도로 절차를 대폭 단축할 수 있다. 게다가, 원료물질에 비해 합성된 물질은 시장 가치가 700배가량 높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서상원 전(前)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차세대 연구리더(YSF‧Young Scientist Fellow, 現 DGIST 화학물리학과 교수)는 “니켈과 다이옥사졸론의 반응 과정에서 생기는 니켈-아미도 중간체가 베타 위치의 탄소와 선택적으로 반응하여 원하는 베타-락탐 골격을 얻을 수 있다”이라며 “두 유형의 카이랄 베타-락탐 중 한쪽만을 95% 이상의 정확도로 골라 선택적으로 합성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천연물 등 복잡한 화학 구조의 물질에 베타-락탐 골격을 높은 정확도로 도입하는 데도 성공했다. 기존 의약품 합성 전략보다 간단하게 후보 약물이 될 새로운 물질을 합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를 이끈 장석복 단장은 “페니실린, 카바페넴과 같은 주요 항생제의 골격인 카이랄 베타-락탐을 손쉽게 합성해냈다”며 “유용 물질의 합성과정을 간소화해 산업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신약 개발을 위한 다양한 후보물질 발굴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8월 25일(한국시간) 화학 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카탈리시스(Nature Catalysis, IF 37.8)’ 온라인판에 실렸다.

▲ 니켈 촉매를 활용한 항생제 원료물질 카이랄 베타-락탐 합성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값싼 니켈 촉매와 탄화수소 원료물질을 활용하여 항생제의 원료물질인 베타-락탐을 높은 거울상 이성질체 비율로 합성하는 신개념 촉매반응을 개발하였다.

▲ 카이랄 베타-락탐 합성법의 응용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카이랄 베타-락탐을 포함한 의약품 및 천연물질의 합성 절차를 단축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또한, 복잡한 화합물의 후기-단계 기능화로 약물 후보물질을 간단하게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산업계에서의 실용화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 연구 추가 설명

① 논문명/저널명 

Intramolecular Hydroamidation of Alkenes Enabling Asymmetric Synthesis of β-Lactams via Transposed NiH Catalysis / Nature Catalysis

② 저자정보

Xiang Lyu (제1저자), 서창현, 정회민, Teresa Faber, 김동욱, 서상원 (공동 교신저자), 장석복 (공동 교신저자)

③ 연구이야기

[연구 배경] 아마이드가 포함된 4원 고리 구조인 베타-락탐 (β-lactam) 골격은 페니실린과 카바페넴 등의 주요 항생제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의약품의 구조를 구성하는 중요한 골격 중 하나이다. 특히, 광학 활성을 띄는 카이랄 베타-락탐을 합성하는 것은 실제 의약품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해당 골격을 합성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문제로 남아있는데, 이는 4원 고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5원 고리 형성 (감마-락탐) 반응을 억제하는 동시에 입체 선택성을 가지도록 유도해야 하는 두 가지 문제를 모두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 연구단에서는 2019년에 5원 아마이드 고리인 감마-락탐을 입체 선택적으로 형성하는 비대칭 이리듐 촉매 반응 연구를 Nature Catalysis에 보고했지만, 베타-락탐에 대한 합성법으로의 확장은 어려움이 있었다. (Nature Catalysis, 2019, 2, 219-227)  

[연구 과정]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본 연구단은 자연계에 풍부한 니켈 촉매로부터 얻어질 수 있는 니켈-하이드라이드 (Nickel-hydride) 중간체의 반응성을 통해 알케닐 다이옥사졸론 기질을 활성화시켜 원하는 베타-락탐을 합성하였다. 니켈-하이드라이드 중간체는 알켄보다 다이옥사졸론 구조와 더욱 수월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규명하였는데, 이후 생성되는 니켈-아미도 중간체가 베타-위치의 탄소와 위치 선택적으로 반응하여 원하는 베타 락탐 골격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메커니즘적 이해를 바탕으로 니켈 촉매와 카이랄 리간드의 조합을 활용해 입체 선택적으로 광학 활성을 가지는 카이랄 베타-락탐 골격을 성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었다.

[성과 차별점] 특히, 이 방법을 활용하여 특정 의약품 및 천연물의 합성에 대해 기존 전략보다 효율적이고 단순화된 합성법을 제안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복잡한 화학 구조의 후기-단계 기능화 (late-stage functionalization)를 통해 다양한 의약품 후보 물질로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실제 제약 분야에서 중요한 골격인 카이랄 베타-락탐을 입체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향후 의약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후보 물질을 손쉽게 만드는 데에 널리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로써, 이 연구는 항생제 등의 중요한 생물학적 활성 물질 합성 및 약품 개발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출처 : 기초과학연구원

 

반응형
facebook twitter kakaoTalk naver band shar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