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김은준 단장 연구팀이 동물 실험을 통해 자폐 환자의 사회성이 떨어지는 매커니즘을 규명했다. 자폐로 인한 사회성 저하 이해 및 치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폐 환자 사회성 저하 원인 밝혀졌다
자폐증(자폐 스펙트럼 장애, Autism spectrum disorders)은 뇌 발달장애의 한 종류로서, 세계 인구의 약 2%가 앓고 있다. 사회성 및 인지능력 저하가 주요 증상으로 꼽히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려지지 않았다.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은 이전 연구에서 ‘Shank2 단백질’ 결손 시 시냅스 및 뉴런 작동에 중요한 ‘NMDA 수용체’ 기능 저하로 자폐가 유발됨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시냅스 수준의 문제가 사회성 및 인지능력 저하로 이어지는 원리를 밝혔다.
* 자폐증(Autism spectrum disorders): 사회적 상호작용 및 의사소통 결여, 반복 행동, 제한된 관심사 등의 증상을 보이는 일련의 뇌 정신 질환.
* Shank2 단백질(SH3 And Multiple Ankyrin Repeat Domains 2 protein): 뉴런의 흥분성 시냅스(synapse)의 후시냅스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시냅스의 생성과 발달 및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자폐증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다.
* NMDA 수용체: 뉴런의 흥분성 시냅스에 존재하는 막단백질로, 칼슘이 이동하는 이온통로다. 칼슘의 흐름을 조절해 시냅스가 제대로 기능하게 하며, 뉴런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준다.
연구진은 뇌 변화와 행동 및 인지기능의 연결고리를 찾고자 Shank2 결손 자폐 생쥐를 움직이는 물체, 다른 생쥐 등 다양한 대상들과 접촉시켰다. 내측전전두엽 관찰 결과, 정상 쥐의 뉴런은 대상에 따라 각기 다르게 반응했으나, 자폐 생쥐는 접촉 대상을 구분하지 못하며 비슷한 신경 패턴을 보였다. Shank2가 결손 되면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 내측 전전두엽(medial pre-frontal cortex): 대뇌 전두엽의 안쪽 부분. 주로 인지, 판단, 감정, 사고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자폐 생쥐의 뇌에서는 억제성 뉴런 중 사회성 및 인지능력과 관련된 ‘Pv(Parvalbumin) 뉴런’ 의 NMDA 수용체 기능이 약화되어 있었다. 이는 한 번에 여러 전기신호를 생성하는 ‘다발성 발화(burst firing)’감소로 이어져 뉴런 간 상호작용을 저해했다. 요컨대 Shank2 결손 시 Pv 뉴런의 NMDA 수용체에 이상이 생겨 다발성 발화가 감소함으로써 사회성 및 인지능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 Pv 뉴런: 칼슘결합 단백질인 파브알부민(Parvalbumin protein)을 발현하는 억제성 뉴런의 한 종류. 높은 주파수의 뇌파 활동에 관련되어 있으며 인지기능, 사회성과 관련되어 있다고 밝혀졌다.
나아가 뉴런 간 직접적 연결통로인 ‘전기적 시냅스(electrical synapse)’ 가 Pv 뉴런에서 과도하게 강화됐음을 발견했다. 특정 Pv 뉴런에 빛 자극(optogenetic stimulation)을 주면, 전기적 시냅스를 통해 주변 Pv 뉴런들까지 다발성 발화가 일어나 사회성과 인지능력이 회복됐다.
* 전기적 시냅스(electrical synapse): 간극연접(gap junction)으로 이루어진 뉴런 사이의 연결통로. 화학적 시냅스(chemical synapse)와 달리 시냅스전 뉴런의 활성이 시냅스후 뉴런으로 직접 전달된다.
자폐 모델에서 다발성 발화 감소와 전기적 시냅스 강화를 발견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자폐로 인한 사회성 저하의 근본 원인과 회복 전략을 제시하여 치료법 개발에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은준 단장은 “자폐의 주요증상인 사회성 저하의 구체적 메커니즘을 밝힘은 물론, 사회성 개선까지 성공했다”며 “자폐를 한층 깊이 이해하여 새로운 치료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4.919) 온라인판에 2021년 8월 25일 18시(한국시간)에 게재되었다.
자폐 치료 새길 연다, 억제성 뉴런 활성 조절
이번 연구 결과는 자폐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연구진은 특정 Pv 뉴런에 빛 자극을 주어 사회성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억제성 뉴런의 활성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자폐 치료가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향후 빛 자극을 이용한 자폐 치료법의 임상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자폐의 다른 증상인 인지능력 저하, 언어 장애 등도 억제성 뉴런의 이상과 관련이 있는지 연구할 예정이다.
Shank2 결손 생쥐의 뉴런에서는 ‘NMDA 수용체’의 기능이 약화됐다. 반면 억제성 뉴런 중 ‘Pv 뉴런’이 전달받은 흥분성 신호를 증폭시키는 시냅스 간 연결통로인‘전기적 시냅스’는 과도하게 강화됐다. 전기적 시냅스가 강화되더라도 약화된 NMDA 수용체의 기능을 대신하지 못해 뉴런 간 상호작용이 저해되어 다발성 발화가 감소한다. 이로써 자폐 생쥐는 사회적 상호작용 대상과 물체를 잘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이때 광유전학적 자극(빛)을 통해 특정 Pv 뉴런을 활성시키면 강화된 전기적 시냅스를 통해 주변 Pv 뉴런들까지 충분한 흥분성 자극을 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Pv 뉴런의 다발성 발화가 증가하여 사회성이 회복된다.
정상 및 Shank2 결손 생쥐를 움직이는 물체, 다른 생쥐 등 다양한 상호작용 대상들과 접촉시키며 내측 전전두엽 뉴런들의 활동을 측정했다. 이들 뉴런은 상호작용 대상에 따라 다른 활성을 보였다(위 이미지 좌측).
각 뉴런별 반응 대상 수를 측정한 결과, Shank2 결손 생쥐 뇌의 뉴런들은 지나치게 많은 대상에 무분별하게 반응하였다.(아래 이미지) 즉 Shank2 결손 생쥐는 물체와 사회적 상호작용 대상인 다른 생쥐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상호작용 대상에 따른 억제성 뉴런들의 기록만을 추가 분석하였다. 정상 생쥐의 경우 R(rest) 상태에 있을 때보다 E(empty), O(Object), S(Social)과 접촉할 때 다발성 발화가 증가하지만(위 이미지 좌측), Shank2 결손 생쥐의 경우 오히려 감소함을 볼 수 있다(위쪽 패널 우측). 이런 변화는 흥분성 뉴런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아래 이미지).
Shank2 결손 생쥐의 내측 전전두엽 Pv 뉴런을 광유전학적 자극으로 흥분시킴과 동시에 주변의 흥분성 뉴런에 자극을 주고 반응을 측정하였다(왼쪽 이미지). 정상 생쥐의 경우 억제성 뉴런인 Pv 뉴런 자극 시 주변의 흥분성 뉴런들을 억제하여 흥분성 뉴런들의 반응이 낮아진다. (가운데 이미지) 하지만 Shank2 결손 생쥐 뇌에서는 Pv 뉴런에 이상이 있기 때문에 Pv 뉴런을 흥분시키더라도 주변 흥분성 뉴런들의 반응에 변화가 없었다.
NMDA 수용체의 활성을 높여주는 DCS(D-cycloserine)을 처리하자 광유전학적 자극을 준 Pv 뉴런의 이웃 Pv 뉴런에서 다발성 발화가 증가하였다. 이 같은 현상은 전기적 시냅스를 막는 MQ(Mefloquine)을 처리했을 때 사라졌다. 즉 NMDA 수용체는 전기적 시냅스와 협력하여 주변 Pv 뉴런들에서 다발성 발화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Shank2 결손 생쥐 뇌의 내측 전전두엽 Pv 뉴런을 광유전학적 자극(빛)을 통해 자극하자 사회성이 회복되었다(위 이미지 좌측). 뉴런들이 구분하는 상호작용 대상의 수가 줄어들며 대상에 따라 더 특이적으로 반응한다. (위쪽 우측 패널)
출처 : 기초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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