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환경

약 112만 년 전, 유럽을 ‘무인 지대’로 만든 연구 결과 발표

반응형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 악셀 팀머만(Axel Timmermann) 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은 영국 임페리얼컬리지런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약 112만 년 전 발생한 북대서양의 냉각화 현상과 그에 따른 기후‧식생‧식량 자원의 변화가 당시의 유럽을 ‘무인 지대’로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약 10만 년 전 멸종한 고대 인류인 호모 에렉투스는 18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중앙 유라시아로 이주했다. 이후 중앙 유라시아에서 서유럽으로 점차 거주지를 확장해 약 150만 년 전에 이베리아반도(남유럽)까지 도달했다. 조지아, 러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는 고대 인류의 이주와 서식 시기를 설명하는 시대별 화석 증거들이 발견됐다.

그런데, 110만 ~ 90만 년 전 사이 고대 인류가 유럽에 거주했다는 화석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호모 에렉투스가 계속 유럽에 터전을 두고 거주했으나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약 120만 년 전부터 증가한 강도 높은 빙하기로 인해 유럽 거주가 잠시 중단되었는지에 대해 학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연구진은 유럽의 초기 인류가 경험한 환경 조건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200만 년에 걸친 고기후-인간 서식지 모델 시뮬레이션과 포르투갈 해안의 ‘U1395’ 해저 지역에서 습득한 심해 퇴적물 코어 자료를 결합했다. 이를 기반으로 인구 감소 현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 전후의 기후 및 식생을 재구성했다.

특히 연구진은 해양퇴적물 코어에 저장된 작은 식물 화분(꽃가루)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강과 바람은 인접한 땅에서 작은 화분을 바다로 옮기고, 이는 깊은 바다에 가라앉는다. 이렇게 축적된 수천 개의 화분 성분을 분석하면 지역적 식생과 기후를 유추할 수 있다. 가령, 온대림 화분은 따뜻한 기후였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는 식이다. 이와 함께 작은 해조류에 남겨진 유기 화합물도 분석했다. 유기 화합물은 수온의 영향을 받아 불포화 정도가 달라지는데, 그 정도를 분석하면 해수의 온도 변화를 유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112만 7000여 년 전 약 20℃ 정도이던 동부 북대서양 인접 지역의 수온이 7℃까지 낮아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빙하기 종료 시점에 나타나는 ‘한냉기(terminal site)’현상의 증거가 된다. 연구진은 북대서양의 급격한 냉각화가 남․서유럽의 식생을 초기 인류가 거주하기 부적합한 반사막(사막과 유사하나 강수량이 많은) 환경으로 바꿔 놓았다고 분석했다. 한냉기 현상은 약 4000년 동안 지속됐다.

이어 연구팀은 초기 인류가 급격한 기후 변화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정량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한냉기 기간에 대해 또 다른 기후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급격한 단주기 기후 변화는 빙상의 갑작스러운 확장과 후퇴로 인해 주로 발생한다. 이를 고려해 기존 기후 모델 실험에 유럽 빙상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생성된 담수를 북대서양에 추가함으로써 더 정밀하게 한냉기 현상을 모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인류의 서식 적합성이 50%가량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호모 에렉투스의 서식에 적합한 환경 조건을 찾기 위해 화석 및 고고학적 증거를 기후 데이터와 연결한 첫 번째 연구다. 연구진은 한냉기 시기 호모 에렉투스는 남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약 90만 년 전 유럽 인구는 증가한 빙하 상태에 더 잘 적응한 호모 안테세소르 집단에 의해 다시 인구가 증가했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북대서양 온도 변화는 남유럽의 식생과 인간의 식량 자원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연구는 인류 역사가 과거 기후 변화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증거에 한 줄을 덧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8월 11일(한국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IF 56.9)’에 실렸다. 한편, IBS 기후물리 연구단의 호모종 간 이종교배 시기와 장소를 분석한 연구도 이날 사이언스에 동시 게재됐다. 연구단은 기후 시뮬레이션과 고고학 자료를 결합해 초기 인류의 역사를 재구성한 연구로 올해만 총 3개의 논문을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계산된 수온(빨간 선)과 해양 퇴적물을 통해 재구성한 수온(파란 선). 지도에서 분홍색 음영은 냉각 및 건조화된 기후와 식량 자원의 감소로 인해 호모 에렉투스 서식지 적합성이 크게 감소했던 지역이다.

■ 연구 추가 설명

① 논문명/저널명
Extreme glacial cooling likely led to hominin depopulation of Europe in the Early Pleistocene / Science

②저자정보
Vasililki Margari, David A. Hodell, Simon A. Parfitt, Nick M. Ashton, Joan O. Grimalt, Hyuna Kim(IBS 기후물리 연구단), Kyungsook Yun(IBS 기후물리 연구단), Philip L. Gibbard, Chris B. Stringer, Axel Timmermann(IBS 기후물리 연구단), Polychronis C. Tzedakis

③연구 이야기

[연구 배경] 호모 에렉투스로 알려진 고대 인류는 약 18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중앙 유라시아로 이주했고, 그들이 익숙한 온화한 기후를 따라 남유럽에 터전을 마련했다. 하지만 호모 에렉투스가 이 지역에 얼마나 오래 살았고, 기후 조건의 악화에 따라 유럽에서의 거주가 중단되었는지, 중단되었다면 얼마나 오래 중단되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었다. 약 120만 년 전부터 증가한 빙하기의 강도가 유럽 초기 인류의 인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될 뿐이다. 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호모 에렉투스의 유럽 내 서식에 영향을 미친 기후적 배경 연구를 시작했다.

[성과 차별점] 연구진은 처음으로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과 심해 해양 퇴적물 자료 분석 연구를 결합하여 인구 감소 추정 시기의 기후를 재구성했다. 해양 퇴적물 속 화분 성분 분석과 해조류가 남긴 유기 화합물을 분석한 결과는 112.7만 년 전 동부 북대서양과 인접한 지역 수온 7℃ 냉각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빙하기 종료시점의 한냉기 현상을 최초로 제시한 것이다. 이어, 연구진은 북대서양 대규모 냉각화 현상이 초기 인류의 유럽 거주 인구를 갑작스레 감소시켰음을 새로운 슈퍼컴퓨터 기후모델과 인간 서식지 모델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시했다. 기존 유럽 빙상의 영향만을 고려한 제한된 기후 모델 실험에 유럽 빙상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생성된 담수를 북대서양에 추가함으로써 더 정밀하게 한냉기 현상을 모사했다. 이를 통해 빙하기 종료 시점의 한냉기 현상의 주요 특징을 재현해냈다. 빙하기가 종료되며 빙상이 붕괴되어 많은 양의 담수가 바다로 방출되고, 해양 순환 변화와 해빙의 남쪽 팽창을 일으켰다는 것을 제시했다. 즉, 대서양 열염순환(AMOC)이 95%까지 약화되고, 열수송의 약화로 인해 서부 이베리아 해안의 수온이 평년보다 3℃ 가량 낮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 방법] 유럽의 초기 인류가 경험한 환경 조건을 이해하기 위해 환경 고고학 전문가, 해양학자, 기후 모델 전문가, 고고학자, 인류학자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진은 동부 아열대 대서양의 심해 퇴적물 코어 자료를 면밀히 조사하여 약 100만 년 전 기후를 복원했다.

■ 연구진 이력사항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 연구단장, 공동교신저자>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 연구단장, 공동교신저자

1. 인적사항
○ 소 속 :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 단장
부산대학교 석학 교수
○ 전 화 : 051-510-2890
○ E-mail : timmermann@pusan.ac.kr

2. 학 력
○ 1992   학사,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
○ 1995   석사,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
○ 1999   박사, 독일 함부르크대학교

3. 경력사항
○ 2000 – 2001   박사후연구원, 미국 하와이 국제태평양연구센터
○ 2001 – 2005   연구원, 독일 키엘대학교
○ 2004 – 2016   교수, 미국 하와이대학교
○ 2017 – 현재   단장,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
석학교수, 부산대학교

<윤경숙 IBS 기후물리 연구단 연구위원, 공동저자>

윤경숙 IBS 기후물리 연구단 연구위원, 공동저자

1. 인적사항
○ 소 속 :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
○ 전 화 : 051-510-7692
○ E-mail : kssh@pusan.ac.kr

2. 학 력
○ 2005   학사, 부산대학교 대기과학과
○ 2007   석사, 부산대학교 대기과학과
○ 2010   박사, 부산대학교 대기과학과

3. 경력사항
○ 2010 – 2017  박사후연구원, 부산대학교
○ 2014 – 2015  연구교수, 부산대학교
○ 2015 – 2016  연구교수, 부산대학교 기후과학연구소
○ 2017 – 현재 연구위원,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

<김현아 IBS 기후물리 연구단 학생연구원, 공동저자>

김현아 IBS 기후물리 연구단 학생연구원, 공동저자

1. 인적사항
○ 소 속 :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
○ 전 화 : 051-510-7636
○ E-mail : hyunakim@pusan.ac.kr

2. 학 력
○ 2014   학사, 부산대학교 해양학
○ 2016   석사, 부산대학교 해양학
○ 현재   박사 과정, 부산대학교 지구시스템전공

3. 경력사항
○ 2016 – 2018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인턴 연구원

 

 

출처 : 기초과학연구원

 

반응형
facebook twitter kakaoTalk naver band shar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