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동차

더 뉴 그랜저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과 함께한 Q&A와 시승기

반응형

더 뉴 그랜저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주로 파격적인 변화와 혁신에 관한 내용이다. 이에 깐깐한 자동차 칼럼니스트가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과 함께 더 뉴 그랜저 시승에 나섰다.

이례적인 변신으로 화제를 모은 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차인 만큼 개발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던 차에, 프로젝트를 담당한 연구원과 함께 더 뉴 그랜저를 시승했다.

업무상 수많은 자동차를 타보지만, 그 차를 개발한 이와 동승하는 기회는 드물다. 무엇부터 물어보면 좋을까? 우선, 지난달 신차 발표와 함께 진행됐던 시승 행사 직후 쏟아진 많은 이야기, 그리고 이후 여러 리뷰에서 언급한 공통적인 내용과 엇갈린 주장들을 추려 개발진의 진의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 현대차 더 뉴 그랜저 개발에 참여한 대형1PM 이지혜 연구원

이지혜 연구원은 더 뉴 그랜저 개발을 총괄한 PM(Project Manager) 세 명 중 막내다. 어려 보이는 외모와 달리 준대형차 개발 ‘짬밥’만 벌써 5년이다. 그래서인지 답하기 난처할 법한 질문, 기억을 더듬거나 자료를 확인해야 할 법한 질문들을 무차별로 던져도 그의 대답에는 막힘이 없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대체 왜 이렇게 많이 바꿨나?’였다.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으로서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목표 고객층인 영포티(젊게 사는 40대)가 트렌드에 민감한 만큼 앞서가기 위해서” 등 현대차의 공식 입장을 못 믿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 거란 ‘썰’이 만만치 않았다. 파격적인 디자인과 실내공간으로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이 대표적이다.

“그렇지 않아요. 더 뉴 그랜저는 국내 고객에 집중해서 개발했어요. 해외 시장을 비중 있게 고려했다면 지금 같은 디자인은 나올 수 없었을 거예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는 도시의 상징이기도 하잖아요. 한국의 도로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었던 것이죠” 이지혜 연구원은 이렇게 답했다. 

 

▲ 더 뉴 그랜저는 부분변경으로는 이례적으로 안팎 디자인 대부분을 바꾸고 휠베이스까지 확대했다

이지혜 연구원의 말처럼 그랜저는 SUV 열풍 속에서도 내수 판매 1위를 다투는 현대차의 대표 모델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현대차의 전통적인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수입차를 포함한 경쟁 모델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상품성을 갖추는 데 변화의 방향을 집중했다고 한다.

더 뉴 그랜저는 부분변경 모델로는 이례적으로 휠베이스를 40mm 늘렸다. 차체 설계에도 신차에 버금가는 큰 변화가 생긴 것인데, 자동차회사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기존 금형을 모두 쓸 수 없게 되고, 그만큼 개발과 생산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휠베이스를 키운 데에는 실내 공간뿐 아니라 디자인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에 대해 이지혜 연구원은 이렇게 말한다. “C필러 이후로 풍부한 볼륨감을 주려면, 뒷문과 사이드 아우터 패널의 캐릭터 라인이 달라져야만 했어요. 원래 C필러 형상을 유지한 디자인은 어색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깔끔하고 에지있는 리어램프를 구현하기 위해서도 리어 쿼터패널 형상이 더욱 풍성해야 했습니다. 이런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죠.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점도 더욱 강조하고자 했고요.” 

 

▲ 한층 고급스러워진 C필러. 휠베이스 확장으로 인한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측면 유리 뒤쪽의 테두리 장식으로 인해 C필러가 이전보다 세워진 듯 보이지만 지붕 뒤쪽과 뒷유리는 오히려 더 눕혀졌다. 그만큼 트렁크 덮개도 짧아졌다. 이로 인해 좁아질 수도 있었던 머리 공간은 설계의 묘를 발휘해 기존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다. 덮개가 열리는 면적이 좁아졌을 뿐 트렁크 공간도 그대로다. 늘어난 휠베이스는 모두 뒷좌석 실내공간 확대에 사용됐다.

뒷좌석 시트 형상이나 높이, 각도는 변함이 없다. “시트는 가능한 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설계해요. 기존 그랜저(IG) 시트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기 때문에 바꿀 이유가 없었어요. 현재보다 각도를 틀거나 앞으로 빼거나 하면 저처럼 키 작은 사람이 앉기에 불편할 수 있고, 등받이를 뒤로 기울이는 것 역시 사용자에 따라 멀미를 유발하는 등 문제가 나타날 수 있거든요.” 이지혜 연구원의 말이다.

 

▲ 뒷모습도 큰 폭의 변화를 거쳤다. 이전보다 한결 세련된 인상이다

실제로 그랜저 고객 중에는 오롯이 혼자만 탄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뒷좌석 승차감까지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길어진 휠베이스 덕분에 기본적으로 안정감이 높아진 데다, 서스펜션 댐퍼에 MVS(Modular Valve System, 모듈형 밸브 시스템)와 3단 HRS(Hydraulic Rebound Stopper, 하이드롤릭 리바운드 스토퍼) 등 신기술을 적용해 이전보다 노면 변화와 차체 거동에 수준 높은 대응이 가능해졌다.

 

▲ 더 뉴 그랜저의 화려한 앞모습이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차체가 늘어나고 강성 확보와 NVH대책까지 추가했으니 이전보다 무거워진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차이는 10kg에 그친다. “전자식 변속 버튼처럼 단가가 비싼 대신 무게가 덜 나가는 사양들을 기본화하면서 일부 무게 증가가 상쇄된 효과를 얻었어요.” 이지혜 연구원의 설명이다.

앞모습과 마찬가지로 앞좌석 공간도 크게 달라졌다. 수평으로 연결된 12.3인치 풀 디지털 계기판과 AVN(내비게이션 화면), 센터콘솔의 전자식 변속 버튼와 터치식 공조 컨트롤은 하이테크 이미지를 풍긴다. 변속레버, 주차브레이크 레버 등이 사라지고 남은 여유 공간에는 추가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전자식 변속 버튼는 조작이 처음에만 낯설 뿐, 일단 익숙해지면 다른 방식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 전자식 변속 버튼와 스마트폰 거치대 겸 무선충전 패드로 꾸민 센터콘솔. 간결하면서도 편리하다

앞좌석 시트도 기존 그랜저(IG)와 같다. 다만 운전석 요추 받침 부분이 바뀌었다. 서울대학교와 협력해 개발한 2세대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 때문이다. 이전처럼 운전자 체형에 적합한 운전 자세를 추천해줄 뿐 아니라, 장시간 운전 시 요추 받침이 자동으로 움직여 척추 피로를 풀어준다. 물론 동승석 릴렉션 컴포트 시트는 그대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등받이와 방석 각도가 조절되어 편안한 ‘무중력 중립 자세’가 되도록 만들어주는 기능으로, 고객 반응이 좋아서 쏘나타(DN8)까지 확대 적용된 바 있다.

개인적으로 롤러 형태인 오디오 전원/음량, 튠 스위치는 조작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진다. 열선 버튼 옆에 배치된 ‘드라이브 모드’도 마찬가지다. 이지혜 연구원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전체적인 디자인이 수평 기조로 흐르다 보니 조화를 이루도록 버튼 위치나 형태를 바꿔야 했어요. 하지만 조작성만큼은 충분히 검증했죠.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쉽게 익숙해질 수 있어요.”

 

▲ 더 뉴 그랜저는 운전대에서 손을 뗀 채 주행할 수 있는 시간이 법규에 맞춰 이전보다 짧아졌다

한편, 더 뉴 그랜저에는 쏘나타(DN8)에서 화제를 모은 원격 주차와 헤드콘솔 통합형 하이패스, 빌트인 캠 등의 신기술도 들어간다. 넥쏘와 제네시스 G90에 적용된 후진 가이드 램프도 갖춘다. 하지만 디지털키와 터치식 도어 핸들은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지혜 연구원은 이렇게 말한다. “두 가지는 서로 연계된 기능으로, 공유 자동차 사용을 위한 것이거든요. 준대형급에선 그에 대한 요구가 적다고 판단했어요.” 터치 도어 핸들만 적용하고자 해도, 추가 모듈을 장착하려면 앞 도어를 바꿔야 한다고. 그랬다면 정말 풀 모델 체인지가 될 뻔했다.

그나저나 명색이 플래그십 모델인데, 몇몇 사양에서 쏘나타에게 ‘최초 타이틀’을 빼앗아서 아쉽지는 않았을까? “더 뉴 그랜저 개발 콘셉트에 맞고 개발 시점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신기술 대부분을 동원했습니다. 외국 경쟁차와 비교하면 진보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더 뉴 그랜저에서 적용한 당사 최초 신기술 덕분에 고객이 더 신선하게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뒷좌석 거주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이지혜 연구원과 민병권 칼럼니스트

아직 20대인 이지혜 연구원은 더 뉴 그랜저의 시리즈 광고가 재미있어서 좋다고 했다. 듀스의 노래나 ‘각 그랜저’를 기억할 나이가 아닌데도 ‘철길’ 편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의외였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이번 시승과 촬영을 위해 시간을 내고도 머릿속으로는 틈틈이 다음 세대 그랜저를 위한 아이디어들을 짜내고 있었을 것이다.



글. 민병권
미쳤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 만큼만 자동차를 좋아하는 자동차 칼럼니스트다. 자동차 콘텐츠 외부 기고가, 자동차 온라인 매체 운영자로 활동했으며 RPM9, 모터매거진, 탑기어 한국판 등 자동차 전문 매체에서 에디터로 일한 바 있다. 현재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시대에 맞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고민하며 디지털투데이 자동차/모빌리티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사진. 최진호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 : 현대자동차

반응형
facebook twitter kakaoTalk naver band shareLink